교육

2023 학생시집에서 pick한 추천시

에듀테크랩 2023. 10. 9.

1. 뜻밖의 선물

가. 빈집 162p

🏚️ 깨끗함이 묻어나던 곳에

 먼지만 수북이 남아 있었습니다.

 꽃이 무성히 피던 곳에
 잡초만 무성히 남아 있었습니다.

 집 지키던 강아지 있던 곳에
 갈 곳 없는 도둑고양이가 남아 있었습니다.

 할머니 웃음 남았던 곳에
 고요한 침묵이 남아 있었습니다.

 밝음이 가득하던 곳에
 어두움이 남아 있었습니다.

 어둠이 밝음을
 잡아먹고 있었습니다.

나. 놀이터 194p

🎢 꼬마 아이가 친구와

 엉덩이에 흙물이 들 때까지
 웃는 얼굴로 미끄럼을 타다
 꽈당,
 미끄러 넘어진 곳

 초등학생이 친구와
 손에 철 냄새 스며들 때까지
 웃는 얼굴로 그네를 타다
 퍽,
 날아가 사라진 곳

 중학생이 친구와
 몸에 근육이 생길 때까지
 힘든 얼굴로 철봉에 매달려 있다
 악,
 힘 빠져 떨어진 곳

 고등학생이 친구와
 입에 침이 마를 때까지
 슬픈 얼굴로 벤치에 앉아 얘기하다
 뚝,
 눈물 흘린 곳.

2. 생긴 대로 살아야지

가. 자유 44p

🆓 나는 1인 게임 개발자가 꿈이다.

 게임을 개발하려면
 기획 아트 프로그래밍이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아트만 모른다.
 고민하다 게임 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기초 드로잉부터 시작했다.
 강사가 이렇게 말했다.
 "가슴은 B컵 이상으로
 상반신은 앞으로 빼고
 엉덩이는 크게 하고 뒤로 빼라."
 이것은 분명 게임 회사가 좋아할 디자인이다.
 오직 수익을 위해 디자인하는 듯 보였다.
 사흘 만에 게임 학원을 그만두고
 독학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면서 디자인하고
 그저 플레이어가 즐기고 행복해하면 만족한다.
 나는 회사가 아니다.

나. 배산 이야기 103p

⛰️ 배산에 올라오니

 보이는 게 참 많다
 작년 담임 선생님의 머리 같은
 텅빈산
 누군지 모르는 분의
 무덤을 밟고 올라 웃는 동길이
 그 옆에서
 사진만 죽어라 찍는 태수
 초록색 흰색 분홍색이
 우리 반 아이들과
 어우러진 산
 배산에 올라오니
 수많은 이야기가 생겨났다.

3. 기절했다 깬 것 같다

가. 버스 안에서 75p

🚌 학교 공부를 마치고 시간을 보니

 벌써 아홉시
 세상이 다 시커멓다.
 학원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어느새 27이라고 적힌 버스가
 빛을 내며 다가온다.

 거기에 타면
 언제나 그렇듯이
 나와 같이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있다.
 모두 다 하나같이 똑같은 표정
 옆을 보니 내 친구도 같은 표정이다.
 창문에 비친 내 얼굴도 같은 표정이다.

나. 육교 위의 가수 147p

육교 위에 큰 스피커가 보이고

 희미하게 노랫소리가 들린다.
 올라가 보니
 의자에 앉아 마이크를 꼭 쥐고 있는 아주머니
 그 앞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바구니 하나
 그리고 그 안에 동전 몇 개
 가방 어딘가 굴러다니고 있을 동전을 찾고 있는데
 어떤 아이들이 눈치를 보며 다가오더니
 몇 개 되지 않는 동전을 가져가 버린다.
 아주머니는 그 광경을 보고도
 그저 노래만 부르신다.
 알고 보니 보고도 모른 체한 것이 아니라
 볼 수 없는 것이었다.

4. 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

가. 막노동 39p

👷 아침 햇살에 일어나

 나는 귀신에 홀린 듯
 버스를 타고 간다
 정신을 차려보니 공사판

 오늘도 노동을 시작한다
 한 손엔 망치 들고
 다른 한 손엔 사다리 들고
 현장으로 간다
 집중해 일하다 보면
 어느덧 점심시간
 밥은 꿀맛이다
 하루 종일 일을 하면
 팔다리가 빠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일이 끝나면 어쩐지 상쾌해진다
 내일을 생각하며 나는 잠에 빠져든다

나. 아버지 65p

👨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둡게 느껴지는
 영안실 한가운데
 침대 위에 아버지가 누워 계셨다
 하얀 천에 덮인 채
 나는 천천히 다가가 천을 걷어 냈다
 아버지를 끌어안고
 귀에다가
 "죄송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대답 좀 해 보라며 아버지를 꽉 끌어안았다

 아버지의 굵은 목소리
 재미있는 말투
 짧은 머리 큰 키 넓은 어깨
 이 모든 걸 기억하고 싶지만
 영안실 흰 천에 덮인 아버지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가. 공간의 미학

뜻밖의 선물에서는 빈집 162, 놀이터194를 생긴 대로 살아야지에서는 자유 44, 배산 이야기 103, 기절했다 깬 것 같다에서는 버스 안에서 75, 육교 위의 가수 147를 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에서는 막노동 39, 아버지 65라는 시를 선택했다. 이 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모두 공간의 미학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 가. 밝은 미래를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나. 이 시들은 다양한 감정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 시들이 나에게 끼친 감정은 나만의 것이고, 그것이 가장 소중하다.
  • 다. 최근에는 학생시집 pick으로 '나의 작은 꿈'이라는 시가 공유되었다. 이 시는 내가 가진 작은 꿈을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다.

나. 나만의 감정

뜻밖의 선물에서는 빈집 162, 놀이터194를 생긴 대로 살아야지에서는 자유 44, 배산 이야기 103, 기절했다 깬 것 같다에서는 버스 안에서 75, 육교 위의 가수 147를 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에서는 막노동 39, 아버지 65라는 시를 선택했다. 이 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모두 공간의 미학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시들은 모두 자신만의 공간을 소재로 하고, 그 공간에서 느낀 자신의 감정을 묘사하고 있다. 이처럼 공간은 시를 쓰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 뜻밖의 선물

가. 빈집 162p

🏚️ 깨끗함이 묻어나던 곳에

 먼지만 수북이 남아 있었습니다.
 꽃이 무성히 피던 곳에
 잡초만 무성히 남아 있었습니다.
 집 지키던 강아지 있던 곳에
 갈 곳 없는 도둑고양이가 남아 있었습니다.
 할머니 웃음 남았던 곳에
 고요한 침묵이 남아 있었습니다.
 밝음이 가득하던 곳에
 어두움이 남아 있었습니다.
 어둠이 밝음을
 잡아먹고 있었습니다.

나. 놀이터 194p

🎢 꼬마 아이가 친구와

 엉덩이에 흙물이 들 때까지
 웃는 얼굴로 미끄럼을 타다
 꽈당,
 미끄러 넘어진 곳
 초등학생이 친구와
 손에 철 냄새 스며들 때까지
 웃는 얼굴로 그네를 타다
 퍽,
 날아가 사라진 곳
 중학생이 친구와
 몸에 근육이 생길 때까지
 힘든 얼굴로 철봉에 매달려 있다
 악,
 힘 빠져 떨어진 곳
 고등학생이 친구와
 입에 침이 마를 때까지
 슬픈 얼굴로 벤치에 앉아 얘기하다
 뚝,
 눈물 흘린 곳.

2. 생긴 대로 살아야지

가. 자유 44p

🆓 나는 1인 게임 개발자가 꿈이다.

 게임을 개발하려면
 기획 아트 프로그래밍이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아트만 모른다.
 고민하다 게임 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기초 드로잉부터 시작했다.
 강사가 이렇게 말했다.
 "가슴은 B컵 이상으로
 상반신은 앞으로 빼고
 엉덩이는 크게 하고 뒤로 빼라."
 이것은 분명 게임 회사가 좋아할 디자인이다.
 오직 수익을 위해 디자인하는 듯 보였다.
 사흘 만에 게임 학원을 그만두고
 독학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면서 디자인하고
 그저 플레이어가 즐기고 행복해하면 만족한다.
 나는 회사가 아니다.

나. 배산 이야기 103p

⛰️ 배산에 올라오니

 보이는 게 참 많다
 작년 담임 선생님의 머리 같은
 텅빈산
 누군지 모르는 분의
 무덤을 밟고 올라 웃는 동길이
 그 옆에서
 사진만 죽어라 찍는 태수
 초록색 흰색 분홍색이
 우리 반 아이들과
 어우러진 산
 배산에 올라오니
 수많은 이야기가 생겨났다.

3. 기절했다 깬 것 같다

가. 버스 안에서 75p

🚌 학교 공부를 마치고 시간을 보니

 벌써 아홉시
 세상이 다 시커멓다.
 학원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어느새 27이라고 적힌 버스가
 빛을 내며 다가온다.
 거기에 타면
 언제나 그렇듯이
 나와 같이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있다.
 모두 다 하나같이 똑같은 표정
 옆을 보니 내 친구도 같은 표정이다.
 창문에 비친 내 얼굴도 같은 표정이다.

나. 육교 위의 가수 147p

::: aside
육교 위에 큰 스피커가 보이고
희미하게 노랫소리가 들린다.
올라가 보니
의자에 앉아 마이크를 꼭 쥐고 있는 아주머니
그 앞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바구니 하나
그리고 그 안에 동전 몇 개
가방 어딘가 굴러다니고 있을 동전을 찾고 있는데
어떤 아이들이 눈치를 보며 다가오더니
몇 개 되지 않는 동전을 가져가 버린다.
아주머니는 그 광경을 보고도
그저 노래만 부르신다.
알고 보니 보고도 모른 체한 것이 아니라
볼 수 없는 것이었다.
:::

4. 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

가. 막노동 39p

👷 아침 햇살에 일어나

 나는 귀신에 홀린 듯
 버스를 타고 간다
 정신을 차려보니 공사판
 오늘도 노동을 시작한다
 한 손엔 망치 들고
 다른 한 손엔 사다리 들고
 현장으로 간다
 집중해 일하다 보면
 어느덧 점심시간
 밥은 꿀맛이다
 하루 종일 일을 하면
 팔다리가 빠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일이 끝나면 어쩐지 상쾌해진다
 내일을 생각하며 나는 잠에 빠져든다

나. 아버지 65p

👨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둡게 느껴지는
 영안실 한가운데
 침대 위에 아버지가 누워 계셨다
 하얀 천에 덮인 채
 나는 천천히 다가가 천을 걷어 냈다
 아버지를 끌어안고
 귀에다가
 "죄송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대답 좀 해 보라며 아버지를 꽉 끌어안았다
 아버지의 굵은 목소리
 재미있는 말투
 짧은 머리 큰 키 넓은 어깨
 이 모든 걸 기억하고 싶지만
 영안실 흰 천에 덮인 아버지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가. 공간의 미학

::: aside
뜻밖의 선물에서는 빈집 162, 놀이터194를 생긴 대로 살아야지에서는 자유 44, 배산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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