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면서
최근 심심한 사과와 같은 어휘를 알지 못한다고 문해력 논란이 한창 일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심심한 사과와 같은 한자어 기반 어휘를 알지 못하는 것이기에 문해력이라기보다는 어휘력 논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 한자어는 점점 사라지고, 사용하지 않다보니 모르게 되는 것인데요.
한자어뿐만이 아니라 한국어의 많은 어휘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은 사라집니다. 그 이유는 텍스트 기반에서 디지털 기반의 시청각 멀티미디어 영상 세대로 전이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결국 이러한 어휘력을 기르고, 전체적인 문맥 속에서 내용에 대한 이해력인 문해력까지 상승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텍스트를 접해보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텍스트 문학 중에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시문학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왜 시냐? 서정문학인 시에 대비되는 것은 서사문학 즉 소설이라고 할수 있는데요.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서사문학에는 상당히 강합니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주로 즐겨보는 장르가 바로 웹툰, 웹소설, 웹드, 영화인데 이러한 장르는 서사문학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죠.
물론 서정문학과 유사한 가요도 즐겨보긴 하지만, 가요와 달리 시는 내재율이라 리듬도 잘 느껴지지 않고, 시인이 직접 부르는 것이 아니라 어조도 잘 느끼지 못하고, 게다가 디지털네이티브는 단순히 가요를 청각으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뮤직비디오나 다양한 무대영상으로 즐깁니다. 이미 가요는 라디오스타가 아닌 비디오스타인 것이죠.
그러다보니 시에 접근하고, 시를 읽고, 시를 감상하는 것을 상당히 낯설고 어려워합니다. 그런 시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키워드가 필요합니다.
강조, 심상, 비유와 상징
시를 감상하거나 창작할때는 기본적으로 시의 구성요소 3가지만 알고 있어도 무척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바로 강조, 심상, 비유와 상징에 관해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1. 강조하는 키워드 찾기
강조는 어느 부분이나 내용을 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다른 것은 놓쳐도, 이것만큼은 꼭 기억해라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어야만 하는데요. 그러려면 특별히 두드러지거나 또렷하게 구별시켜야만 합니다. 이렇게 표현해야 독자는 잊지 않고 기억을 하고, 작가는 본래 자신이 의도한 중요한 부분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강조하기의 기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반복입니다. 반복은 말그대로 계속적으로 말하고 또 말하는 것인데요. 부모님의 잔소리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밥먹어라, 밥먹어라, 밥먹어라.
이렇게 밥먹어라 잔소리를 엄마가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잔소리는 중요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죠. 이렇게 같은 말을 반복함으로써 강조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어나 시구, 시행, 구조 등을 되풀이함으로써 강조하고 동시에 운율(리듬감)을 형성합니다.
이외에도 점층, 대조, 과장, 영탄 등의 기법을 통해서 강조할 수 있습니다.
점층은 말그대로 비슷할 내용을 반복하되, 내용이 더하여지면서 내용이 점점 강조되고, 강해지는 것을 뜻합니다. 다음을 보시죠.
밥먹어라
얘야 밥먹어라
얘야 제발 밥먹어라
얘야 이리로 와서 제발좀 밥 먹어라
게임은 그만 하고 와서 이제 밥 먹어라
밥먹어라라는 표현이 반복되되, 그 앞에 내용이 점차 붙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점층적 표현입니다.
대조는 의미가 반대되는 시어를 사용하는 것인데요. 서로 반대되는 속성을 지닌 시어를 함께 제시하는 것입니다. 즉 의미나 속성이 반대되거나 눈에 띄게 다른 낱말이나 어구를 서로 대비시켜 놓습니다.
얘야 밥먹어라, 네 동생은 밥 먹으라고 한번 말하면 알아서 오는데 왜 너는 도대체 몇번씩 이야기를 해도 오지를 않니?
위에서는 동생과 대조를 하고 있죠.
과장은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 말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진짜 내가 너때문에 속이 타들어간다. 정말. 내가 수백번을 밥먹으라고 이야기했는데도 도대체 알아듣지를 않니.
아무리 마음이 답답해도 가슴에 불이 나지는 않죠. 게다가 아무리 반복해서 이야기해도 수백번을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부풀리는 것을 과장이라고 합니다.
2. 심상(이미지) 떠올리기
심상이란 心象, 한자 그대로 마음 속 형상 즉 마음에서 그려낸 이미지를 뜻합니다.
한자사전에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직관적인 인상이라 설명하고요.
국어사전에는 감각에 의하여 획득한 현상이 마음속에서 재생된 것이라고 나와 있는데요.
쉽게 말해서 마음 속에서 시각적으로 어떠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을 심상이라고 합니다.
즉, 심상이란 시에 등장하는 시어로 생겨나거나 떠올리는 어떠한 이미지, 그림, 감각, 영상 등을 모두 뜻합니다. 우리는 시어를 통해서 어떠한 형상이나 관념 등을 생각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구체적 형상 또는 추상적인 관념들을 모두 심상이라고 하는 것이죠.
이러한 심상은 주로 오감, 즉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과 같은 감각적 이미지나 이러한 감각들을 공통으로 묶는 공감각적 심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심상은 결국 시어를 해석하는 사람의 배경지식(경험)에 큰 영향을 받는데요.
'독자'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예를 들어 ‘독자’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무엇이 떠오르나요? 문학의 작가와 독자에서, 작품을 읽는 독자를 먼저 떠올릴 수 있습니다. 또는 삼대 독자와 같이 아들이 하나 뿐인 집의 자녀를 떠올릴 수도 있죠.
그런데 최근에 ‘전지적 독자 시점’이라는 웹소설 혹은 웹툰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 작품의 주인공인 ‘김독자’를 떠올릴 수도 있겠죠?
이처럼 같은 시어라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이해가 다르고, 떠올리는 경험이 다릅니다. 이것이 바로 시, 심상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죠.
먼저 심상에서 감각적 이미지란 시의 내용으로 인해 오감, 즉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이 연상되는 것을 뜻합니다.
엄마의 잔소리가 내게 앵앵 거리며 다가왔다.
위 문장에서 엄마의 잔소리로 시끄러운 청각적 느낌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엄마의 된장찌개가 그립다
위 문장에서 엄마가 만든 된장찌개는 미각적 느낌과 후각적 느낌, 그리고 따끈한 촉각적 느낌까지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면 화자의 정서가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전달될 수 있죠.
감각적 이미지와 함께 많이 쓰이는 것은 바로 공감각적 이미지입니다.
공감각적 이미지는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으로 전이되거나 관념이 감각적으로 전이되는 것을 뜻하는데요.
흔히들 시각의 청각화나 청각의 시각화라는 표현으로 많이 접해보았습니다.
다음 표현을 살펴보겠습니다.
엄마의 푸른 잔소리
여기서 본래 감각은 잔소리 즉 청각입니다. 그런데 청각을 푸르다라는 시각으로 전이시켰죠. 즉 실제 감각은 청각이고 이것을 시각으로 바꾼 것이기 때문에, 청각의 시각화라고 표현합니다.
왜냐하면 위 문장에서 화자는 푸른 것을 본 것이 아니라, 잔소리를 들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화자가 인지한 것은 잔소리인데, 이것을 마치 푸르다라는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런 것을 청각의 시각화라고 하고, 공감각적 이미지라고 합니다.
3. 비유와 상징 추론하기
오늘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비유와 상징인데요. 무엇이 비유고, 무엇이 상징이냐를 구분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인이 왜 비유와 상징을 쓰는가입니다. 즉 시인은 의미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의미를 함축하여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비유와 상징을 활용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비유와 상징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시인은 무언가 중요한 의미(주제)를 전달하고자 한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대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으로 드러내야 문학적 가치(쉽게 말해서 뻔하지 않고)가 있는 것이죠.
동시에 추상적인 개념은 직접적으로 말하기 어려운데요. 이러한 추상적인 개념도 비유와 상징 등을 활용한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비유와 상징을 통해 시인은 겉으로 드러난 표현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표현하고 싶어한다고 이해를 해도 좋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기침을 하자 -눈(김수영)
위 문장에서 기침은 목이 간지럽거나 감기, 코로나에 걸렸을 때 하는 단순한 기침만을 의미할까요? 김수영의 시 눈에서 기침은 단순히 콜록콜록 기침을 하자라는 의미로 청자에게 기침을 하자고 청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정적인 현실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동시에 내 안에 있는 가래로 상징되는 불순물(비겁함, 속물성, 소시민성)을 뱉어내자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기침이 은유법인지 상징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침이 은유법인지 상징인지 묻는 문제가 출제되는 것도 아니지만, 김수영 시인이 은유법을 사용해야지, 상징을 사용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기침이라는 시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저 기침이라는 시어를 통해서 드러내고자 하는 시대적 불의에 대한 저항이라는 의미를 함축적, 간접적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면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은유법 | 보조 관념과 원관념을 동일하게 표현함. 예) 내 마음은 호수요. |
직유법 | 보조 관념과 원관념을 유사하게 표현함. 예) 사과 같은 내 얼굴 |
의인법 |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 예) 꽃이 말한다. |
은유법은 어떤 대상은 그것과 같지 않은 다른 대상과 동일시하는 것인데요. 보통 A는 B이다와 같이 표현합니다. 위의 예처럼 내 마음은 호수요의 경우 내 마음=호수이기에 은유법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직유법은 어떤 대상을 매개어(처럼, 듯이, 같은, 같이 등)를 이용하여 다른 대상에 빗대는 표현입니다. 매개어는 원관념과 보조 관념이 유사하다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위의 예처럼 사과 같은 내 얼굴에서 내 얼굴이 사과 같지만, 사과는 아닙니다. 사과와 내 얼굴은 유사할 뿐, 동일하지는 않죠. 그래서 직유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내 얼굴은 사과다라고 표현한다면 동일시하기에 은유법에 해당할 것입니다.
끝으로 의인법은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에 빗대는 것인데요. 이와 비슷한 활유법은 무생물을 생물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입니다. 물론 의인법과 활유법을 크게 구분할 필요는 없습니다.
꽃이 말한다의 예처럼 꽃은 말할 수가 없고, 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경우 의인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눈은 살아있다 -눈(김수영)
여기서 무생물인 눈이 살아있다고 말하니, 활유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구절을 보면 활유법인지, 의인법인지 확실한 구분이 어렵습니다.
눈 더러 보라고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있다
위 구절에서 눈 더러 보라고 말합니다. 무언가 보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나요? 그러면 의인법, 살아있는 생물도 볼 수 있다면? 활유법이겠죠.
그리고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이 살아있는데,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있는 것을 인간만 할 수 있으면 의인법, 아니라면 활유법이 되겠죠.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이런 구분은 큰 의미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생물인 눈을 살아있다는 표현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 시인의 의도가 중요한 것입니다.
김수영 시인이 의인법, 활유법을 구분해서 이 시를 창작한 것은 아니니까요. 더욱 중요한 것은 눈을 살아있는 생물에 빗대어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김수영의 시 눈은 비유와 상징을 통해 시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4. 끝맺으며
비유와 상징 | ||
시 | ||
강조 | 심상 |
위 표에서처럼 시는 크게 강조, 심상, 비유와 상징을 통해 만들어지는 문학 작품인데요.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기법들을 활용합니다.
다만 이 세 가지를 알고 있으면, 어떠한 시이든 나만의 관점으로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위 세 가지 관점을 다음의 질문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 어떠한 시어를 강조하고 있나요? (강조)
- 시를 통해 어떠한 장면이 떠오르나요? (심상)
- 시인은 무슨 의미(주제)를 어떻게 전달하고 있나요? (비유와 상징)
이제는 시를 외우려고 하지말고,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더라도 자신만의 관점으로 위 질문을 던지면서 시를 해석해보는 연습을 하다보면 어느새 시를 이해하는 눈이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모든 시를 강조, 심상, 비유와 상징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어떠한 작품이든 나만의 경험과 관점으로 해석해본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눈 앞의 시가 어렵게 느껴질때, 당신은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제는 문제풀이를 위한 시가 아니라, 진정한 삶의 의미를 추구하기 위해서 시를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강조, 심상, 비유와 상징으로 어떤 시든 겁내지 말고 자신있게 감상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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