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육덕과 꼽다로 살펴보는 문해력(+ 디지털 네이티브의 댓글은 문맥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에듀테크랩 2022. 9. 17.

최근 일간 베스트 댓글에 대한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보았습니다

약 3년전 일간베스트, 흔히 일베라고 말하는 남초 성향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한 여성 사진을 놓고 한 네티즌이 다음의 댓글을 작성한 것인데요.

"6덕이네, 엉덩이 봐라;; 와...꼽고 싶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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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사실 이 댓글만 봐도, 제가 구체적으로 무슨 게시물에, 어떤 사진이 있었고, 누가 작성을 했는지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지 않아도,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제가 느끼는 감정을 느끼실 것입니다.

바로

불쾌감, 모욕감, 성적 수치심


입니다. 그것도 아주 심한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 불쾌감이 연달아 생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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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표현은 매우 음란한 내용이라는 것을 상황 맥락을 알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당시 일베 게시물과 댓글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입에 담기도, 글로 옮기기도 불쾌한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이 내용은 오마이뉴스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약 3년 전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사이트에 올라온 댓글이 발단이 된 사건이다. 내막은 이렇다(다소 민망하지만, 정확한 판단을 위해 부득이하게 실제 표현 그대로를 인용한다). A씨는 일베 게시판에 피트니스 여성 모델 C씨의 수영복 차림 사진을 올렸다. 그 사진을 본 B씨는 게시물에 이런 댓글을 달았다.

"6덕이네, 엉덩이 봐라;; 와...꼽고 싶다ㅜㅜ"

사실 일베라는 커뮤니티는 사람마다 다양한 견해가 다를수는 있지만, 한때 상당히 잘못된, 부정적인, 패륜적인, 비윤리적인, 비도덕적인 게시물과 댓글들로 유명했던 커뮤니티입니다.

저는 일베가 어떤 사이트라고 단정짓지는 않겠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에 정말 입에도 담을 수 없는 모욕과 욕설이 오갔다는 것을 기억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지금까지도 비하하고 모욕하며 경멸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이트에서 위와 같은 사건이 발생을 한 것입니다. 결국 C씨는 B씨를 형사고소했는데요. 결과는 모두가 예상하듯 당연히 유죄가 나왔을까요? 다음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C씨는 댓글을 단 B씨를 형사 고소했고, 검사는 모욕죄 혐의가 인정된다며 B씨를 재판에 넘겼다. 법원에 접수되는 여느 사건과 견줘보면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비교적 단순한 편에 속한다. B씨 나름의 항변이 있었지만, 결국 이 댓글을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것이 관건이었다.


재판으로 가게 된 판결, 과연 어떻게 났을까요?

당연히 유죄가 선고되었겠죠? 누가봐도 저 댓글은 매우 음란하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이니까요.

하지만 1심 재판부의 생각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1심은 B씨를 무죄판결했습니다.


너무나도 어처구니없게도 무죄가 나온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었을까요?? 속내를 조금 다 살펴보겠습니다.

댓글에서 쟁점이 된 표현 2가지가 있다. 바로 '육덕'과 '꼽고 싶다'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육덕'은 "몸에 살이 많아 덕스러운 모양"을 뜻한다. "그는 육덕이 크고 뱃심이 좋아 보였다"와 같은 용례에서 보듯 육덕은 남녀 모두에게 사용할 수 있다.

'꼽다'는 "수나 날짜를 세려고 손가락을 하나씩 헤아리다" 또는 "골라서 지목하다"는 의미이다. 일상생활에서 '꼽다'와 자주 혼동하지만 구별해야 할 단어로 '꽂다'("빠지지 않게 끼우다"는 의미)가 있다.

1심은 이러한 사전적 의미에 주목했다. 판결은 '육덕'에 대해 "성적 매력이 있다는 의미로도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1심 재판부는 '꼽고 싶다'라는 표현을 "(C씨가) 피트니스 모델 중에 손에 꼽을 정도라는 의미"로 사용했다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B씨는) 서울 소재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으로 '꼽다'와 '꽂다'의 맞춤법을 혼동하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B씨가 성관계의 의미로 '꼽고 싶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1심은 더 나아가 '꼽고 싶다'를 성관계의 의미로 사용했다고 가정하더라도 B씨의 심리상태를 언급한 것에 불과하여 모욕죄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봤다.

1심 판결을 정리하면 이렇다. '육덕' 등의 표현은 당사자로서는 다소 불쾌할 수 있으나 모욕죄가 성립하기는 어렵고, 이른바 '인서울 대학'을 나온 사람이 '꼽고 싶다'와 '꽂고 싶다'를 혼동했을 리도 없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육덕과 꼽다의 사전적 의미는 성적 의미가 아니다
  • B씨는 인서울 대학교 출신으로 맞춤법을 틀릴리 없다.
  • 혹여나 성적 의미라 하더라도 B씨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지 모욕은 아니다


정말 너무나 황당하고 어이없는 판결입니다. 도대체 디지털 네이티브의 세상에서 어떤 맥락없이 사전적 의미로 어휘를 사용하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어디있나요?

육덕을 몸에 살이 많아서 덕스럽다고 쓴다고요?

꼽고 싶다가 손에 꼽을 정도라고요?

이게 정말 가능한 해석인가요? 도대체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건 말그대로 문맥적 의미를 완전히 무시한 해석입니다. 고등학생, 아니 중학생도 사전적 의미와 문맥적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아는데,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올까요?

하나 더 있습니다.

인서울 대학교 출신은 맞춤법을 틀리지 않나요? 오히려 인터넷에서는 맞춤법을 오용 및 혼동해서 쓰는 것이 일상인데요? 구어적 특성이 강한 디지털 세대는 당연히 맞춤법과 정서법을 구분하지 않고 소리나는 대로 씁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석을 하다뇨.

결국 저는 이 1심 판결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이 사회의 기성세대가 디지털 네이티브의 언어를 문해력이 부족하거나, 알면서도 B씨 변호인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거나


다행히 2심 판결은 뒤집어졌습니다


그러니 피해자는 다행히도 재심을 요청했고 2심판결은  다음과 같이 나왔습니다.

2심 재판부의 판단도 댓글에 대한 법적 평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런데 같은 댓글을 놓고 1심과는 전혀 상반된 결론이 나왔다. 1심 판결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했다고 2심은 판단했다. 문제의 댓글은 모욕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육덕, 꼽고 싶다' 등의 댓글을 게시한 행위는) C씨를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치부함으로써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위험이 있는 모욕에 해당하므로 피해자를 공연하게 모욕한 사실은 충분히 인정된다."
2심은 "C씨의 몸매를 최고로 손꼽는다는 의도로 댓글을 게시하였다"는 B씨의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댓글의 전체 문맥이나 B씨가 선정성을 강조한 신체 부위, 미실현의 아쉬움을 나타내는 이모티콘, 다른 이용자 댓글의 공통적 취지 등을 살펴보면 노골적인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폄하하는 내용으로 보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B씨는 2020년 2심에서 모욕죄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형 판결을 받았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육덕, 꼽고 싶다’ 사건의 사실관계 표 출처 : 오마이뉴스

기성세대의 문해력은 어디서 오는가



저는 1심과 2심 중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법관도 법조인도 아닙니다. 법에 대해도 잘 모릅니다. 동시에 모든 판사는 각자의 양심에 따라 정의롭게 판결하는 사법부 그 자체인 존재라는 것도 인정합니다.


다만, 문해력 즉 맥락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이 문해력은 저를 포함한 이 시대의 기성세대에게 필요합니다.

특히 권력을 더 많이 가질수록 이 문해력은 더욱 더 큰 책임을 요구하죠.

따라서 저부터도, 그리고 기성세대에게도, 돈과 자본, 권력을 더욱 많이 가지고 있는 계급일수록 더 큰 문해력이 요구된다는 것을 이 사회는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이 육덕과 꼽고싶다 사건을 기사화한 오마이뉴스 기자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견해를 밝힙니다.

하지만 판사가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재판했는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법원의 최근 판결은 "사회 평균인의 입장", "일반적인 평균인의 경험칙과 사회통념"을 강조한다. 그 잣대로 보자면 1심 판결은 일반인의 인식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그 인식이 바로 문해력의 기반입니다.

다만, 판사들이 깨달았으면 한다. 세상에는 법전이나 사전만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사건도 있다는 것을. 더 나아가 때로는 사건기록의 행간 속에, 법을 모르는 세상 사람들의 상식 속에 답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답을 찾는 역량 역시 문해력이죠. 그저 심심함 사과와 같은 지엽적인 한자어를 디지털네이티브인 요즘 MZ세대들이 모른다고 문해력이 떨어진다 비난하지 말고, 진짜 문해력은 어디서 오는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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