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학생 시창작 수업을 위한 참고글 (+학생창작시집 '버림받은 성적표')

에듀테크랩 2022. 10. 14.

막막하고 두려운 학생 시창작 수업 어떻게 해야 할까?


평소에 시를 즐겨보기는 하지만, 정작 시창작을 해본 적도 없는 제가 시창작 수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빡빡한 일정 가운데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시창작 수업을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데요.

우선은 기존의 학생창작시집 목록을 모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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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림받은 성적표
  • 기절했단 깬 것 같다
  • 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
  • 36.4도
  • 뜻밖의 선물
  • 생긴대로 살아야지

이 시집을 모둠수에 맞춰서 구매하고,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돌아가면서 윤독하고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서 낭송도 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충분히 시를 접하게 한 뒤에, 좋은 시와 좋지 않은 시의 기준을 <뜻밖의 선물> 을 참고하여 학생들과 공유했습니다.

좋은 시의 기준

  • 진실하고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는 시
  • 발상이 독특한 시
  • 삶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들어 있는 시
  • 진실한 마음과 생활이 드러나는 시
  • 우리의 마음을 깨끗이 해 주는 시
  • 희망과 기쁨을 주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마음을 보여 주는 시
  • 관찰이나 명상의 흔적이 있고, 새로운 발견이나 깨달음을 보여 주는 시
  • 일상 언어와 사투리, 토속어 등을 잘 살려 쓴 시
  • 표현이 재미있고 맛과 향기가 있는 시
  • 인상적인 마무리로 감칠맛 나는 시

좋지 않은 시의 기준

  •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시(유행가나 인터넷에 떠도는 시를 표절한 시)
  • 너무 어른스럽고 매끈한 언어로 꾸민 시
  • 너무 자기 감상에만 치우친 시
  • 다 읽고 나서도 알맹이가 잡히지 않는 시
  • 읽어 봐도 맛이나 향기가 없는 시
  • 자기 생각만 나열하여 행구분한 시
  • 관념적인 소재를 관념적으로 쓴 시
  • 새로운 깨달음이나 관찰을 보여 주지 못하고 상투적인 언어만을 나열한 시
  • 행이나 연 구분, 압축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리듬을 느끼기 어려운 시

동시에 '창작시 평가 기준'도 다음을 참고하여 만들었습니다.

창작시 평가기준

  • 나의 느낌이나 생각, 깨달음(곧 주제)을 감동적으로 잘 살리고 있는가?
  • 생활 속에서 만난 이웃이나 자연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관찰했는가?
  • 감각을 잘 살려서 생생한 시적 표현이나 독창성을 얻고 있는가?
  • 행이나 연 구분에 무리가 없고 리듬을 잘 살렸는가?(산문시 포함)

저는 이 기준을 조금더 간단하게 바꾸었습니다.

수정한 창작시 평가기준

  • 자신의 경험이 드러나는가?
  • 사회문화적 가치가 드러나는가?
  • 문학적으로 표현하는가?

이렇게까지 기준을 정하고 학생들에게 시를 쓰게 하였지만, 여전히 시창작을 낯설어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좌절에 빠졌습니다.

물론 시간적으로 많은 여유가 있으면 좋겠지만,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3주, 바쁜 학사일정 가운데 많은 시간을 시창작에 할애하기라는 애당초 무리였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는 없었고, 그러던 중에 학생창작시집 <버림받은 성적표> 뒷부분에 이 시집을 엮은 배장환선생님께서 쓰신 엮은이의 말을 발견했습니다.

마치 수업시간에 학생을 대상으로 시창작 강의를 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버림받은 성적표> 뒷부분에 수록했는데요.

학생 창작시를 예로 들면서 시창작의 구체적인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글을 학생들에게 직접 공유하고 읽게 함으로써 지필고사도 준비하고, 동시에 시창작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러면 <버림받은 성적표>에서 말하고 있는 학생 시창작 방법에 관한 내용을 함께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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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마음으로 둘레를 돌아보세요


제가 만난 아이들은 주로 학교나 집에서 벌어지는 일을 시로 썼지만, 가끔은 가난하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열심히 땀 흘리며 몸으로 살아가는 이웃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시를 쓰기도 했습니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할머니, 공사판에서 벽돌 나르는 아저씨,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노점상 아저씨, 이런 사람들을 애정을 갖고 지켜보면서 시를 쓰기도 했지요. 우리는 10분이고 20분이고, 한참씩 이런 분들의 삶을 지켜보았습니다.

표정은 어떻고, 차림새는 어떻고, 어떤 행동을 하고, 무슨 말을 주고 받는지 자세히 지켜보고 나서 그 모습을 그대로 시에 담았습니다. 힐끗 보고 지나가는 것이나, 한참을 지켜보고 서 있는 것이나, 뭐 크게 다르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잠깐 이라도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것, 그것이 우리 마음에 사랑을 심어 주는 씨앗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관심을 가진 정도에 그쳤다고 해도 머지않아 그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점점 이해가깊어지면 그들과 함께 행복하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도 오지 않을까요.

외국인 노동자



할아버지 사시는/ 왜관에 가면/플라스틱 제품 같은 걸 만드는 화학 공장이 있다./언뜻 보기에는 기계로 찍어 만드는 것 같지만 /속을 보면 다르다./공장 가까이 가서 안을 들여다봤다./외국인 노동자들밖에 없었다./쇠로 된 원통에/총처럼 생긴 기계로/화학 물질을 골고루 뿌리고 있다./ 한참을 뿌리다 말고 황급히 밖으로 나온다./그 외국인 노동자는/모자와 마스크를 벗더니 /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바싹 마른 몸에 / 콜록콜록 기침을 자꾸 하는데/뒤에서 어떤 사람이 불렀다./ 옆에 빨랫줄에 걸려 있는 수건으로/눈물과 콧물을 대충 닦고/다시 힘없이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하루에 10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18만 원 받아서/집에 17만원 부쳐 주고/만 원으로 한 달을 지낸다고 했다.
ㅡ<외국인 노동자>, 문동주

동주는 이 시를 초등 학교 때 왜관 할아버지 집에 가서 겪은 경험을 떠올리며 썼다고 합니다. 꽤 오래 전에 한 경험이지만 마지금 그 일을 겪은 듯이 생생하게 잘 썼습니다. 우리는 텔레비전에서 손가락, 발가락이 잘려 나가고,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한 채 단속에 쫓기고, 거기다 병까지 얻어 오도 가도 못 하는 딱한 신세가 된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을 자주 봅니다. 하지만 이렇게 그들이 겪는 일들을 제 눈으로 직접 보고 그린 시는 참 귀하지요.

 


절실한 마음을 붙잡아야 합니다



시를 잘 쓰려면 순간에 일어나는 마음의 결을 붙잡아 보려고 애를 써야 하고, 삶이 보이도록 장면을 환하게 그려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든지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슨 일에 부딪혔을 때 마음이 움직입니다. 감정의 물결이 이는 것이지요. 그 물결이 갑자기 성난 파도처럼 일어날 수도 있고, 천천히, 그러나 크게 일어날 수도 있고, 아주 잔잔하게 보일 듯 말 듯 무늬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감정의 무늬를 붙잡아서 보여 주는 것이 시입니다.

엄마 지갑



누나는 맨날 엄마에게 / 옷을 사 달라고 조른다. / 엄마는 대꾸도 안 하고/그냥 방으로 들어간다./누나는 화를 내며 자기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간다./살짝 열린 방문 틈으로/ 엄마를 보았다./엄마는 지갑을 꺼내 보며/돈이 얼마나 남았나,/한숨을 쉰다.
ㅡ<엄마지갑>, 최재훈

얇은 지갑에 애가 타는 엄마만큼이나 재훈이도 안타까워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재훈이가 제 마음을 직접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시를 읽으면 저절로 재훈이의 마음이 느껴지지요. 엄마는 공과금도 내야 되고, 학원비도 주어야 하고, 대출 상환금도 내야 하고, 그러고 나면 아이들 용돈이랑 반찬값도 빠듯한데 누나는 철없이 옷 투정인 거지요. 어느 집에서나 흔히 겪을 법한 일이지요. 재훈이는 별것 아닌 듯한 일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놓치지 않고 시로 잘 붙잡았습니다.

시는 또 지금 막 그 일을 겪는 듯이 써야 합니다. 어느 한순간 에 일어나는 느낌을 잘 붙잡아 써야 하는데, 그 느낌이란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게 마련입니다. 우리의 온갖 감각으로 보고 듣고 느낀 모양, 빛깔, 소리, 냄새, 움직임들은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설령 그 감각이 매우 강렬해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떠오른다 하더라도, 그 순간만큼 생생하지 않지요. 그래서 오래 전에 겪은 일보다는 바로 지금 겪은 일을 갖고 시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바로 지금 보고 겪은 일이 아니고 얼마 전에 보고 겪은 일이라 하더라도, 그 때로 다시 돌아가서 지금 막 그 일을 겪는 것같이 그 순간의 느낌을 살려서 써야 합니다.

봉사활동



방에 들어가는 순간 / 쾨쾨한 냄새가 났다. / 하나같이 다 헤어진 옷을 입은/까까머리 아이들/이름표를 보니 모두 예쁜 이름이다. 까까머리 병태/앉아서 자꾸 머리를 벽에 쿵쿵 박는다./그러면서 끝없이 울어댄다. /민지는 양 갈래로 묶은 머리를 풀더니 /다시 묶어 달라 한다./그리고는 또 풀고, 또 풀고 한다./눈 사이가 먼 민수는 내 바지 옷자락만 잡고 있다./내가 문을 나갈 때까지잡고 있다.
-<봉사 활동>, 이정연

정연이는 이 시를 봉사 활동 갔다 와서 바로 썼을까요? 아닙니다. 물어 보니 한참 뒤에 썼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를 읽어보면 정연이가 지금 막 그 일을 겪는 것 같습니다. '전에 봉사활동 갔을 때다.' 이렇게 말하지 않고 지금 막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처럼 "방에 들어가는 순간"이라고 말했지요.

병태는 왜 머리를 자꾸 벽에다 박을까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 것 같지요? 민지는 전에 엄마가 머리를 묶어 주던 기억을 자꾸 떠올리는 것 같지 않나요? 민수는 아마 사팔뜨기인 듯한 데 그것을 "눈 사이가 먼"이라고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표현한 정연이 마음이 참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이 시를 읽으면 모든 장면이 바로 지금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살아납니다.

또 시는 말을 아끼면서 써야 합니다. 물론 꼭 필요한 장면은 잘 알 수 있게, 자세하게 써야 장면이 또렷하게 그려집니다. 그러나 말을 길게 늘여 설명한다고 장면이 또렷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말이 길어지고 자꾸 설명하려 들면 시가 느슨해집니다. 팽팽한 맛이 살지 않지요. 말맛이 팽팽해야 가락이 살고, 가락이 살아나야 시가 됩니다. 그러자면 말을 아낄 줄 알아야 합니다.

필요 없는 말을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시를 다 써 놓고 빼도 좋을 말은 없는지 다시 살펴야 합니다. 이게 군더더기일까 싶은 구절이 있으면 그 구절만 가리고 읽어 보세요. 그렇게 읽었을 때 시 맛이 더 살아나면 그 구절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빼 버리세요.

울 엄마



열두 시 정각, 밖은 깜깜한 게 가로등 불빛뿐이다./ 엄마 올 시간인데 / 달깍 소리와 함께 / 맛있는 고기 냄새가 먼저 풍겨 온다./ "나왔다. 자나?" "엄마 왔나. 안 피곤하나?"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딨냐." 얼굴에 가득 웃음을 머금고 대답한다. / 늘어 가는 주름살,/군데군데 박힌 굳은살,/퉁퉁 부은 다리, / 엄마도 전엔 고왔는데.
-<울엄마>, 김미래

시를 쓴 미래 마음이 담겨 있는 곳이 어디일까요? 마지막 구절이지요. "엄마도 전엔 고왔는데." 이 말이 자기도 모르게 마음 속에서 우러나온 말입니다. 그러면 미래 엄마는 무슨 일을 할까요? 어디에도 설명해 놓지 않았지만 고깃집에서 일한다는 것을알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는지 말해 놓지 않았는데도 읽어 보면 알 수 있는 곳이 있지요. "맛있는 고기 냄새가 먼저 풍겨 온다." 이 구절을 읽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고기 집에서 일한다. 밤 열두 시가 넘어야 들어오신다." 이렇게 써 놓으면 어떨까요? 시가 참 느슨해지겠지요. 미래도 처음에는 그렇게 썼어요.

이 앞에 <봉사 활동>이란 시도 그렇지요. '언제, 어디에, 누구랑 봉사 활동을 갔는데' 하고 설명하지 않고 바로 그려 나갑니다. 그런데도 시를 읽으면 정연이가 봉사 활동 하러 갔다는 것이 슬그머니 드러납니다. 풀어 설명하지 않았지요. 이야기는 끝없이 말을 풀어 나가는 것이라면 시는 말을 아껴야 합니다. 그래야 시가 팽팽하게 살아나지요.

이 밖에도 우리가 시를 잘 쓰기 위해서는 줄 바꾸기를 어떻게 하고, 연은 어떻게 나누고, 제목은 어떻게 붙일 것인가 하는 것도 생각해야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시 형식을 고민하기에 앞서 먼저 이 시집에 나오는 동무들의 시를 여러 번 읽어 보세요. 그 어떤 설명을 듣는 것보다 동무들이 쓴 시를 읽는 것이 더 좋은 공부입니다.

읽다 보면 저절로 시를 이렇게 쓰는구나 하는 감이 오게 됩니다. 그 다음에 여러분도 솔직하게 자신의 삶을 드러내어 시를 써 보세요. 써서 동무들과 돌려보기도 하고, 고쳐 보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꺼내 보기도 해 보세요. 그렇게 해서 시와 친해지고 나면 살아가는 일이 새롭게 다가올 거예요. 그냥 흘려보내고 나면 묻혀 버리고 말 일이지만, 시로 써서 제 삶의 결을 붙잡아 놓으면 두고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되거든요.


정직한 마음이 시의 마음이고 사람의 마음입니다



학교란 곳이 여러분들에게 끝없이 경쟁심만 부추기고 있습니다. 공부는 곧 입시 공부로만 통하고, 얼마만큼 공부를 잘하는가는 시험 점수로만 판가름냅니다. 남보다 시험 점수를 더 따야 살아남는다는 것, 학교에는 그 점수 따는 공부 하러 온다는 것을 감각으로 아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제 사는 둘레를 돌아볼 여유도 없거니와 제 삶을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습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왜 가는지도 모른 채 그저 무리가 휩쓸려 가는 곳으로 무작정 따라갑니다. 진휘가 쓴 시를 같이 읽어 볼까요.

학원 수업 마치고



학원 수업 마치고/집까지 터벅터벅 걸어간다. // 나 때문에 잠가놓지 않은/대문을 여니 불이 환하다.// 먼저 안방으로 간다./기다리다 지치신 어머니는/리모콘을 손에 쥔 채 주무신다. / 텔레비전을 끄고/살포시 문을 닫고 나왔다.// 옷 갈아입고 세수하고 나니/시계는 한시반/핸드폰을 보니 26일 수요일이라 되어 있다./
좀 전만 해도 25일 화요일이었는데 / 하루를 마친 시각이 오늘이 아니고 내일이다.
ㅡ<학원 수업 마치고>, 김진휘

이게 우리 고등 학생들이 사는 모습입니다. 하루 일이 끝나는 때가 오늘이 아니고 내일이라는 진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습니다. 하루 이틀만 이런 것이 아니라 일년 삼백예순 날 똑같은 일을 되풀이합니다. 한 해가 아니라 내리 삼년을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그러고도 여러분이 버티고 견디는 것을 보면 애처롭습니다. 이 숨막히는 경쟁이 해마다 적지 않은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갑니다. 죽지 않고 살아 있다고 몸과 마음이 온전할까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병들어 갑니다. 이래서는 바른 마음이 자랄 수가 없습니다.

우리 고등 학생들의 삶이 지금 같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점수 따기 공부에 내몰려서 쫓기듯이 살아서는 안 되는 거지요. '내일을 위해서'란 구호 아래 오늘의 소중한 시간을 수단으로 계산해 버려서는 안 되는 거지요. 조심스럽지만, 저는 여러분 삶을 바꾸라고 말하고 싶어요. 세상이 바뀌기를 기다릴 순 없어요. 자신이 바뀌는 수밖에요. 자신의 삶을 귀하게 여길 줄 알고, 온갖 생명과 자연이 소중한 줄도 알고, 일하는 삶이 가치 있는 것도 알고,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드러내 보기도 하고, 이웃과 세상으로 눈을 돌려보기도 하면서 생각을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바른 마음을 지니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가 시를 쓰지만, 사실은 시보다 삶이 더 먼저지요. 시를 쓰는 것도 우리의 삶을 바르게 가꾸어 가자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바른 마음, 곧 사람다운 마음을 지니고 살기 위함이지요. 정직하게 제 삶을 담아서 시를 쓰다 보면 바른 마음이 자라게 되고 우리 삶이 바로 서게 됩니다. 정직한 마음이 시의 마음이고 사람의 마음입니다. 여기에 시를 쓴 아이들이나 이 시집을 읽은 사람들이 시를 쓰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배장환 엮음, <버림받은 성적표>

혹시나 저처럼 시창작 수업을 하고 싶은데, 막막한 분들이 계시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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